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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마음이 불편하거나 고민이 있던 차에 읽고 있는 책 속에서 ‘바로 이거야’ 하는 문장을 발견할 때가 있다. 우리는 흔히 책 속에서 자신의 상황과 같은 주인공이나, 비슷한 사건을 만나게 되면 동일시하게 된다. 동일시 된 감정은 여러 가지 정서적 정화를 느끼게 되면서 자신의 문제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한다.
이렇듯 책을 통한 마음의 위로, 마음의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한 힘을 갖는 법을 알려주는 치료법이 있다. 바로 ‘독서치료’(비블리오테라피)가 그것이다. 독서치료는 말 그대로 다양한 문학작품을 매개로 한 심리치료 활동을 말한다. 미술치료·음악치료·놀이치료처럼 독서치료는 책을 통해 마음을 읽어주고 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남을 너무 의식해서 자신을 드러내길 꺼려하는 아이가 그림책 ‘줄무늬가 생겼어요’(비룡소)의 아욱콩을 좋아하는 주인공 카밀라가 다른 친구들이 모두 아욱콩을 싫어한다는 것 때문에 일부러 먹지 않는 것처럼 아이 자신이 두려워하는 ‘남의 시선’을 생각하며 책을 읽는다면 카밀라의 이야기에 동일시하게 될 것이다.
그때 카밀라가 심리적 압박으로 줄무늬가 생기고 여러 가지 소동을 겪지만 결국 아욱콩을 다시 먹는다는 책의 과정을 지켜보며 함께 감정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그 경험은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주고 책을 읽고 난 후 카밀라가 두려워했던 것에 대해 자신도 걱정되는 것을 이야기하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면 걱정하는 마음이 사라질 수 있다.
독서지도와 다르게...책의 치유기능 주목
독서치료는 독서지도와 구분된다. 독서지도가 책에 익숙해지도록 안내하고 바람직한 독서를 유도하는 포괄적인 활동이라면, 독서치료는 책의 치유 기능에 주목한 상담활동이다.
독서치료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정하면서 오는 갈등, 여러 가지 정서적인 문제로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 환경에 적응이 어려운 경우 등 살아가면서 경험하게 되는 상처와 두려움을 가진 누구에게나 적용이 가능하다.
특히 성장기 아이들의 발달과정을 돕거나, 정서적이나 행동 면에서 심각하게 문제를 겪는 경우에 유용한 치료방법이 된다. 배변훈련, 동생이 생길 때, 유치원에 처음 갔을 때 등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부딪히는 문제를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을 통해 긍정적인 시각에서 해결점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발달장애·정서장애·주의력 결핍 등 정서적이나 행동적인 면에서 심하게 문제를 겪고 있는 아이들 또한 전문적 독서치료사의 도움을 받아 치료할 수 있다.
현재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과 독서치료를 진행하고 있는 인천YWCA 삼산종합사회복지관 신창호 가족복지팀장은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마음의 상처와 낮은 자존감,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 등을 치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돼 독서치료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며 “총 12회 과정 중 현재 8회를 진행하고 있는데, 점차 아이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독서치료가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음을 전한다.
북구도서관에서도 지난 8월부터 인천지역 공공도서관 중 최초로 관내 방과후 공부방 중 하나인 ‘사랑의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매주 수요일에 독서치료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독서치료사 손명옥씨는 “어린 아이들이 무슨 고민이 있겠냐고 하겠지만, 아이들도 현실 속에서 알게 모르게 억눌리고 상처를 받기 쉽다”며 “스스로 쉽게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을 자기의 처지와 비슷한 책 속의 상황이나 주인공과 만나면 공감하고 위로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독서치료 전문가들은 비단 어떤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더라도 자신의 문제와 감정, 아이들의 마음을 돌아보고 나누기 위해 가정에서 같은 책을 읽고 나누는 과정을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때는 책에 대해 느끼는 경험이나 감정은 누구나 다르기 때문에 어른의 생각과 가치관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려주고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