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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 이야기 속의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는 것처럼 긴장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그 속에 깊이 빠져든다. 이렇게 아이들이 그림책 속의 이야기를 현실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초등학교 이전 아이들이 “물활론”과 “실재론”에 의해 세상을 인식하는 전조작기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활론”이란 아이들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가 살아있는 것으로 여기는 것을 말한다.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바위나 해님도 말을 거는 존재이다. 가령, 아이가 걷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을 때 "누가 그랬어?" 하면 아이는 "돌"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럼 돌을 때려줄까?" 하면서 아빠가 "이놈, 왜 우리 철수를 넘어뜨렸어?" 하면서 발로 차는 시늉을 하면 아이도 같이 "떼이, 떼이" 하면서 발로 찬다. 그러고 나면 금방 웃으면서 의기양양하게 다시 길을 걷는다.

  '실재론'이란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아이가 텔레비전 볼륨을 최대로 높여 큰 소리가 나서 모두 놀랐다고 하자. 아이에게 "이것 만졌니?" 하고 물으면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흔들 수도 있다. 이때 "철수야 너 피노키오에서 거짓말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벌써 코가 길어지고 있네" 하고 말하면 자신의 코를 만지면서 금방 울음을 터뜨린다. 피노키오 동화를 읽은 아이는 거짓말하면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진다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인 것이다.

 
  모든 사물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고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같은 것으로 인식하는 아이들에게 그림책의 세계는 환상과 모험이 가득한 환타지의 세계이다. 따라서 아이들은 그림책 속의 신기하고 환상적인 세계를 경험하면서 상상력을 키워나가게 되며, 그림책 속의 친구들이 전해주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키우게 된다. 이렇게 그림책을 통해 형성된 풍부한 상상력은 창의성의 기초가 되며,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은 행복한 삶의 기반이 된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어 지적 능력이 발달하게 되면 물활론적이고 실재론적 사고는 점차 사라지고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능력이 발달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그림책을 통해 환상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더 이상 주어지지 않게 되며 우리 사회에 보편적인 규범에 따라 그림책의 내용을 이해하게 된다. 즉, “제멋대로 학교”와 같은 그림책에서 아이들이 보이는 행동을 그냥 재미있고 신나는 놀이로만 이해하기보다 학교의 질서를 깨뜨리는 나쁜 행동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유아기 시절 독서를 통해 경험하게 되는 환타지의 세계는 다른 무엇으로도 불가능한 풍부한 상상력을 아이에게 제공해주게 되며 이러한 풍부한 상상력은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 사고능력의 기초가 된다. 과거에는 서적이나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누가 더 많은 지식이나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가 성공의 열쇠로 인식되었지만 미래에는 자기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게 될 것이다. 그에 따라 창의성 교육이 강조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창의성 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가장 쉽고 강력한 창의성 교육은 유아기 때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그림책을 많이 읽어주는 것이다. 그림책을 통해 우주여행도 하고, 사자와 뛰어놀기도 했던 아이와 그러한 경험이 없는 아이는 미래에 분명히 다른 아이로 성장할 것이다. 특히 새로운 교육과정이 시행되면서 과거처럼 단순히 암기를 해서 풀 수 있는 문제유형은 점차 줄어들고 창의적인 사고능력을 요구하는 서술형(논술형) 문제유형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러므로 아이가 학교교육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도 창의성 교육이 필수적이며 이점에서도 유아기 때의 독서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