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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고등학생들의 문장력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글을 잘 쓴다는 것도 하나의 기술에 해당되기 때문에 많은 기초 이론과 훈련을 섭렵하여야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정확한 개념을 알고 단어를 사용하라’든가 ‘조사 사용에 주의하라’고 아무리 ‘주의’를 주어도 문장력과 어휘력을 갖추지 못한 학생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가 되고 만다. 그래서 학생들이 조금만 신경 쓰면 바로 잡을 수 있는 ‘즉시 시정 가능한’ 유의사항을 살펴 보자.

1) 하나의 문장에는 하나의 생각만을 담아 간단 명료하게 표현하자

문장은 의미 전달이 명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될 수 있으면 문장을 간결하게 써야 한다. 문장이 길어지는 것은 여러 개의 내용을 한 문장에 담기 때문이거나 불필요한 수식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혹은 서술부를 고의로 늘려 쓰기 때문에 문장이 길어지기도 한다.

문장이 간결할수록 글의 내용이 알기 쉽게 전달되고 선명한 인상을 줄 수 있다. 한 문장의 길이는 30~40자 내외가 가장 적당하며, 아무리 길어도 띄어쓰기를 포함하여 75자를 넘지 않도록 하라. 문장의 길이가 원고지 서너 줄을 넘으면 문맥을 파악하기가 어려워진다. 반대로 문장의 길이가 지나치게 짧아도 좋지 않다. 그러면 문장이 딱딱해지기 쉽다.

2) 문장을 제대로 완성하자

멋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명사형이나 말줄임표로 문장을 끝내는 이들이 많다. 이러한 문장은 이미지를 강조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표현으로서는 적절하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은 논술문에서는 부적절하다. 왜냐 하면 논술문은 완결된 판단(문장)을 연결하여 자신의 논리를 전개하는 글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우리말은 끝까지 들어 봐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말은 완결된 서술문으로 끝내야 의미가 정확하게 전달된다. 문장을 제대로 끝맺지 않은 글은 자신의 주장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 문장의 기본적인 구조는 ‘주어+목적어+서술어’이다. 따라서 ‘서술어+주어/목적어/보어’와 같은 형식은 우리 문장의 일반적인 틀이 아니다. 정상적으로는 ‘서술어’가 맨 뒤로 가야 한다. 요즘은 각박해진 사회 심리의 반영과 함께 영어식 문장의 영향으로 인해 서술어를 먼저 쓰고 나중에 주어/목적어/보어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의미를 강조한다는 핑계로 문장 성분을 함부로 ‘도치’하는 것은 좋지 않다.

3) 될 수 있으면 감탄, 의문, 청유문을 사용하지 말자.

감탄문을 사용하거나 읽는 이에게 동의를 구하듯 대답을 강요하는 듯한 문장을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물론 우리말에서는 강조하기 위해 반어(反語) 의문문이나 감탄 의문문을 만들 때도 있다(예: 설마 정부에서 그럴 리가 있겠는가? 우리나라가 강대국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논술문에서 감탄이 담긴 글은 감정을 절제하지 못했다는 증거이다. 쓰는 사람의 주관이 많이 들어가서 객관성을 잃기 쉽다. 다음 예문은 논술문에서는 적절치 않은 문장이다. 또한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하여 자문자답을 유도하는 의문문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가급적 평서문으로 자신의 주장을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도록 표현해야 한다.

4) 자기 변명을 하지 말자

자기 글에 자신감이 없어서 자기도 모르게 변명하는 내용을 담은 글이 의외로 많다. 겸손한 행동이 삶에서는 미덕이 되겠지만, 글에서는 소극적인 인상을 주고 비굴하게 보인다. 서술자 자신이 자기 글을 부족하다고 시인하는데, 채점자가 높은 점수를 줄 이유는 없는 것이 아닌가

특히 서론에 그런  표현이 많다. 또 글이 다 끝날 무렵 자신의 글에 자신 없을 때 ‘본능적으로’ 나오기도 한다. 그런다고 해서 채점자가 동점표를 주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주어진 논제에 개인적으로 불평하는 사람조차 있다. 아래 예문은 논제에 대해 ‘불평하고 있는’ 글이다.

5) 문어체를 사용하라

논술문은 읽기 위한 글이지 말하고 듣기 위한 글은 아니다. 따라서 ‘정중한 문어체’ 혹은 격식체로 써야 한다. 구어체나 회화체, 속어, 유행어를 쓰게 되면 글이 가벼워지고, 논리적인 글로 평가받기가 어렵다. 문어체를 사용해야만 논술문의 품위와 격조가 유지될 수 있으며 논의의 신뢰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축약형의 표현이나 구어체의 문체는 가급적 피하고 격식체의 문장을 사용해야만 한다.

‘그럼(그러면)’, ‘참(매우) 심하다’ 등의 구어체를 사용하면 글이 가벼워 보인다. ‘남자에게는’이라고 써야 할 것을 ‘남자에겐’이라 쓰고, ‘나는’을 ‘난’이라고 쓰는 것은 말버릇을 글에 무비판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안 좋게’는 ‘좋지 않게’라고 써야 한다.

‘속어’나 ‘유행어’를 상용하게 되면 논리적인 분위기를 망치게 된다. 논술문은 논리적인 절차에 따라 글을 써서 남을 설득하기 위한 것이므로 신문이나 방송에서 접하는 단어들로 자신의 주장을 대치한다든가, 혹은 길거리에서나 들을 수 있는 수준의 속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한 어휘 사용이라고 하기 어렵다.

6) 상투적인 표현을 피하자

속담이나 격언을 적절히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앞 뒤 문맥에 어울리지 않는  상투적 표현은 글을 읽는 이에게 도리어 진부하다는 느낌을 주게 된다. 좋은 글을 쓰려면 독창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만큼 상투적인 표현은 금물이다.

7) 중복된 표현이나 무의미한 말을 쓰지 말자

외국과의 접촉이 빈번해지면서 우리말에는 한자어나 외래어, 그리고 일본어가 상당히 많이 침투했다. 그 결과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한자어와 고유어, 외래어와 한자어, 또는 외래어와 고유어 등을 중복시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의미 중복은 문장의 간결성을 해친다. 또한 무의미한 말을 늘어놓는 것도 글의 간결성을 해치는 요인이 된다.

8) 되도록 긍정문을 사용하고 부정문을 피하라.

우리가 글을 쓸 때, 표현에 변화를 주거나, 강조하기 위해서 부정문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부정문은 논리가 확실하게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이중(二重) 부정문이 강한 긍정(강조)을 나타내는 경우 외에는 피해야 한다.

9) 수식어를 피수식어 가까이에 놓자

우리말의 자연스러운 어순은 수식어가 피수식어의 앞에 놓여야 한다. 또한 수식의 성분은 가능한 한 적게 쓰는 것이 명확한 의미 전달에 좋다. 따라서 최소한의 수식어를 정확한 어순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좋은 문장을 쓰는 요령이다.

수식어가 수식 받는 말(피수식어)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 수식․피수식 관계가 분명치 않고 수식어가 피수식어와는 상관없이, 엉뚱한 말을 꾸며 주는 것 같이 되어 문장이 이상해진다. 또한 수식어 뒤에 피수식어가 두 개 이상 오거나, 여러 수식어가 한 체언을 꾸며 줄 때 수식․피수식 관계가 모호해진다. 수식어를 자제하라. 과도한 표현의 욕심 때문에 수식어를 많이 쓰면 문장이 길고 산만해진다는 점을 명심하자.

따라서 긴 수식어(관형절)는 되도록 한 문장으로 독립시켜 쓰는 것이 좋다. 수식 성분의 남용으로 인한 문제는 문장을 짧게 쓰면 대개 해결할 수 있다. 만약 표현을 마친 후 수식, 피수식 관계가 이상하면 반점(,)을 이용하여 명확하게 수식, 피수식 관계를 구별해 주는 것도 요령이다.

10) 외래어나 외국어를 남용하지 말자

문맥에 어울리지 않는 ‘외래어’나 ‘외국어’를 사용하여 뜻을 흐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외래어가 많이 쓰이는 현대어의 특성상 그 사용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으나, 이 경우에도 그 단어 말고 다른 단어가 없는가를 신중하게 검토한 후 사용해야 한다.

11) 문장을 접속할 때 앞뒤의 조응에 유의하라

문장을 접속 방식으로 결합할 때에는 앞뒤가 서로 조응(照應)을 이루어야 한다. 조응이란 접속한 두 문장의 구조가 문법적으로 대등한 관계로 나타남을 의미한다. 생략하지 말아야 할 것을 생략하거나, 문장을 대등하게 접속시키는 데 접속되는 두 요소가 같은 성질이 되지 못하면 이러한 조응 규칙을 깨뜨리게 되어 비문이 되고 만다.

12) 말을 돌리지 말고 자신감 있게 표현하라

논술문은 주장을 분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논리를 전개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자신감 있게 자신의 견해를 밝혀 독자를 설득해야 한다. 필자 스스로도 100%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견해로는 독자를 설득시킬 수 없다. 따라서 ‘~라고 할 것이다.’, ‘아마도 ~일 것이다.’, ‘~일 수도 있다’, ‘~약 50% 정도이다’, ‘어쨌든’과 같은 자신감 없는 표현은 피해야 한다. 서술자의 자신 없는 태도는 글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임을 명심하라.

13) 될 수 있으면 피동문을 사용하지 말라

우리말은 ‘~한다’, ‘~하겠다’ 등과 같이 명확하게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언어 구조를 지니고 있다. 때문에 우리말의 사동문과 피동문은 극히 제한된 형태로만 사용된다.

그러나 영어나 일본어는 피동형이나 사동형으로 쓰인 문장들이 많다. 사람과 사물을 나타내는 말이 함께 있을 때, 우리말에서는 사람을 문장의 주체로 삼아 능동문으로 표현한다. 그런데, 영어에서는 일반적으로 무생물을 주어로 삼아 피동문이나 사동문의 형식으로 표현한다. 때문에 지나친 피동(사동)문의 사용은 번역체 문장으로 간주되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다음은 불필요한 피동 표현의 예이다.

14) 문장 성분 간의 관계에 유의하라

우리말의 특징 중의 하나는 주어가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뒤 문장에서 주체를 설정해 주지 않으면 어느 주어가 어느 서술어와 연결되는지 알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문제는 주로 문장을 길게 서술할 때 주어와 서술어가 일치하지 않거나 모호한 비문으로 나타난다.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다른 말을 많이 넣지 말아야 한다.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많은 말을 넣다 보니, 주어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으로 글을 끝냄으로써 주술이 호응하지 않는 비문이 되는 경우가 많다.

15) ‘것, 것이다’를 줄여라

우리말에서 ‘것’은 여러 용법으로 쓰인다. 추측할 때(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에 쓰이고, 과거를 나타내는 말과 결합하여 과거를 회상할 때(예: 구해 냈던 것이다.)에도 쓰인다. 특히 신문에서 남의 말을 인용하거나 남의 말을 듣고 기사를 쓸때 많이 쓰인다.

‘것이다’는 일반적으로 문장 끝에 붙여 ‘~는(~ㄴ) 것’이라는 명사절을 만들때에 많이 쓰인다. 문장 속에서는 어느 사물을 대신 지시하거나 의미를 강조할 때가 많다. 요즈음에는 글에서 자신의 주장을 계속 다그치고 의미를 강조하다 보니 습관적으로 많이 들어간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겪어 온 정치․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남의 말 하듯 이야기하는 습관에서 많이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16) 존칭어를 사용하지 말라

논술의 글쓰기는 객관적이어야 한다. 글쓴이 자신과 개별적으로 가깝거나 먼 관계를 보여 주려고 ‘높임법’을 써서 존대해서는 안 된다. 논술 글쓰기에서 논술 문장은 우리 문법의 격식체 가운데 ‘해라체’ 문장을 쓰면 객관적이며 산뜻하고 감칠맛이 있다. 격식체에서 ‘합쇼체’ 문장(문장 끝에‘~습니다/ ~ㅂ니다, ~(으)시오’를 붙인다.)을 쓰면 정중하고 부드럽고 점잖은 느낌을 주지만 논술문으로는 적당하지 않다. 반대로 자신을 낮추어 표현하면서 상대를 높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도 역시 부적절하다.(자신을 낮추어 표현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논술문에서는 일인칭 주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논술이란 사적인 관계가 아닌 공적인 주장과 견해의 표명임을 명심하라.

17) 복수 접미사 ‘~들’을 붙이지 말라

‘~들’은 사물을 복수로 만들 때 붙이는 접미사이다. 우리말에서는 ‘~들’을 붙이지 않아도 이야기의 앞뒤 흐름으로 보아 복수를 짐작할 수 있거나, 문장 속에 있는 다른 어휘로 복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어휘 자체가 복수적 의미를 갖고 있는 경우에도 복수 접미사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물론 ‘~들’을 붙일 때도 있지만(예: 열린 음악회에 참석한 학생들의 시청 태도는 모범적이었다.) 복수라고 해서 무조건 ‘~들’을 붙이는 것은 영어식 구문 표현이 습관화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급적 복수화 접미사 ‘~들’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