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 독서교육

문화/예술

나 거기에 그들처럼

박노해
[느린걸음]

“나의 시는 작고 힘없는 사람들, 그 말씀의 받아쓰기이고 나의 사진은 강인한 삶의 기도, 그 영혼을 그려낸 것이다.” 지난 20년 동안 국경 너머 ‘사랑의 순례길’을 걸어온 시인 박노해. 지구시대 인류의 가장 아픈 지점인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중남미의 가난과 분쟁의 현장에서 기록한 박노해의 첫 사진집 <나 거기에 그들처럼>에는 10년간 찍은 13만여 장의 사진 중 엄선한 135장의 사진이 담겨 있다. 2010년 출간 이후 8년 만의 개정판 출간은 ‘초판 1,500부 매진’에 따른 것으로 수백 권의 초판 매진조차 매우 드문 사진집 출판 현실에서 정통 흑백 사진집이 남긴 주목할 만한 발자취가 될 것이다.

이번 개정판은 사진, 글, 인쇄, 디자인 등 전 과정을 새롭게 연구, 개선하여 초판과는 그 완성도가 눈에 띄게 달라진 새 사진집이다. 1년에 걸쳐 사진 한 컷 한 컷을 새로 보정하여 흑백 아날로그 인화의 감동을 세계 최고의 아트프린팅 인쇄로 구현하였다. 원어민의 감수로 사진 캡션과 작가의 글 등의 영문 번역도 함께 실렸다. 청아한 블루 색감의 표지와 한글의 아름다움을 살린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그리고 전시장이 눈앞에 펼쳐지듯 작품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배려한 섬세한 편집이 돋보인다.

문화/예술

클래식 오디세이

진회숙
[청아출판사]

문화적 맥락으로 살펴보는 클래식

이 책은 음악이 탄생한 배경과 사회, 역사적 의미, 다른 예술과의 연관 속에서 클래식 음악을 바라본다.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예프게니 오네긴>과 푸시킨의 소설, 바흐의 <마태 수난곡>과 케테 콜비츠의 조각 <피에타>,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5중주>와 영화 <아름다운 시절>, 드뷔시의 <달빛>과 인상주의 회화 등 《클래식 오디세이》에서는 클래식 음악과 문학, 그림, 조각, 영화, 여행, 역사와의 만남을 시도한 것이다.
과거의 책과 다른 점은, 시대가 흐름에 따라 바뀐 저자의 관점과 생각을 추가했다는 것이다. 또한 눈으로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QR코드를 통해 책에 소개한 음악을 직접 감상하도록 했다.
이 책에 소개된 클래식 음악은 시대를 아우른다. 바흐나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등 고전 시대 거장부터 낭만주의 작곡가인 슈베르트, 멘델스존, 바그너, 스메타나, 차이콥스키, 림스키-코르사코프, 가브리엘 포레, 말러 그리고 현대음악에서 고전을 탐닉한 알프레드 슈니트케까지 주옥같은 곡들을 소개하며, 거기에 시대적 배경을 소개하고, 미술, 영화 등 다양한 매체의 예술 작품들을 녹여냈다. 또한 저자의 개인사까지 풀어내 클래식 음악을 다방면에서 감상할 수 있게 했다.
개정판 《클래식 오디세이》는 이렇게 과거의 책을 바탕으로 현재를 아우르며 시대를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이제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 그 음악과 맞닿아 있는 여러 예술 분야를 동시에 만나 보자.

문학

자살 인덱스

조앤 위커셤
[소수출판사]

전미 도서상 비소설 부문 입선작

“내 아버지는 자살했다. 부음을 들었을 때 나는 ‘그럴 리가, 아버지는 그럴 사람이 아니야.’ 하고 생각하는 동시에, ‘결국 이렇게 됐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는 어떻게 이 두 가지가 다 진실일 수 있는지 그 역설을 이해하고 싶었다.”
-전미 도서상 입선자(National Book Award Finalist, 2008) 인터뷰 중에서

* 기타 수상, 추천
켄 도서상 수상(미국국립정신질환협회, 2009)
살롱 도서상 수상(2008)
올해의 주목할 만한 도서(미국도서관협회, 2009)
최고의 책(워싱턴 포스트, 클리블랜드 플레인 딜러, 2008)
가장 기억할 만한 책(보스턴 글로브, 2008)
애독서(로스앤젤레스 타임스, 2008)
상위 10권의 책(뉴욕 매거진, 2008)
비평가가 뽑은 최고의 책(위크 매거진, 2008)
100명의 편집자가 뽑은, 2008년 아마존닷컴 최고의 책


(이 책에는 음성 변환용 바코드가 삽입되어 있어, 시각장애인이 장치를 통해 글을 소리로 읽을 수 있습니다.)


작가 조앤 위커셤의 아버지는 어느 겨울 아침, 자기 머리에 총을 쏘아 자살했다. 그는 자살할 사람이 아니었으나, 그렇게 가버렸다. 자살로 인해 그의 생애는 송두리째 의문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왜 그랬을까? 그는 과연 누구였을까?

이 혼란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을 작가는 가장 양식적이고 객관적인 형식으로 정리했다. 작가는 미스터리가 되어버린 아버지의 일생을 더듬어 보고 가족의 역사를 되짚고, 친구와 의사, 다른 유족들을 만나고 여러 문헌을 섭렵하는 등 자살의 이유를 여러 각도에서 다양하게 파헤친다. 그리고 자살로부터 파생되는 현실적인 문제들과 철학적인 딜레마를 적나라하고 위트 있게 보여준다. 독특한 구성으로 작가의 경험을 완전히 열어 보이며 인간의 내면을 탐구함으로써 개인적인 기록을 넘어선 감동적인 고백이다.

대상에 대해 애정을 간직하면서도 시각의 균형을 잃지 않는 이 작품은 다수의 상을 수상하고 유수의 비평가, 서평지로부터 “고전의 반열에 들 작품”이라는 평을 들었다.

소수출판사의 “나에게 필요한 책” ‘840 영문학 장서’의 두 번째 책이다.

이 책은 많은 일상의 대화로 이뤄져, 아주 쉽게 읽힌다.
독특한 구성으로 자신의 경험을 완전히 열어 보이며 인간의 내면을 탐구함으로써, 보편적인 울림을 갖는다.
언제라도 위기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는 보통 사람들에게 추천되는 책이다.

문학

서울

윤재인, 오승민
[느림보]


●서울의 길 고양이, 아리와 노아

아리는 서울의 길 고양이입니다. 한쪽 눈을 다친 대장과 다리를 저는 고모, 털이 뭉텅뭉텅 빠진 노아, 그리고 새끼 고양이와 함께 지내지요. 길 고양이들은 사람들이 무섭습니다. 대장의 눈도, 고모의 다리도, 노아의 털도 그리고 아리의 짧은 꼬리도 다 사람들이 그렇게 만든 것이거든요. 하지만 길 고양이들은 사람들이 버린 음식을 먹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날도 쓰레기통에서 구한 음식을 나눠 먹다가 고모와 대장이 싸웁니다. 쓰레기 때문에 싸우는 게 짜증난 수고양이 노아는 지붕 위로 뛰어 올라가지요. 아리도 가슴이 답답해 처음으로 노아를 따라 지붕 위까지 올라가봅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서울은 수많은 등불들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도시입니다. 노아는 먼 곳을 가리키며 저기 있는 공원까지 가 봤다고 자랑하지요. 사람이 많은 공원에 가다니! 아리가 위험하다고 걱정하자 노아가 소리칩니다. “바보, 사람들보다 더 나쁜 건 겁에 질려 사냥을 그만둔 고양이야!” 아직 사냥을 해 본 적이 없는 아리는 풀이 죽습니다. 그런데 사실 노아도 참새 한 마리 잡아본 적이 없지요.


●길 고양이와 사람이 공존하는 서울

《서울》의 길 고양이들은 화려한 밀레니엄 타워 옆에서 삽니다. 하지만 쓰레기통을 뒤져 먹이를 구하고 트럭 아래에 숨어서 먹지요. 사람들에게는 풍족하고 넓은 서울이 길 고양이들에게는 어둡고 좁은 뒷골목처럼 보입니다. 《서울》은 길 고양이 아리와 노아의 성장기를 통해 길 고양이와 사람이 공존하는 서울을 그린 그림책입니다.

대장과 고모는 비참한 현실에 적응한 늙은 고양이들입니다. 사람 무서운 줄 모르는 새끼 고양이를 야단치며 두려움을 가르치고 길 고양이와 사람의 경계를 강화하지요. 아리와 노아는 현실이 불편하지만 아직 자기 정체성은 찾지 못한 사춘기 고양이들입니다. 아리는 사냥꾼의 본능을 타고났습니다. 하지만 한 번도 사냥을 해 본 적이 없지요. 쓰레기를 뒤져 먹이를 찾는 생활에는 아리의 사냥 본능이 쓸모없기 때문입니다. 노아는 경계 안의 삶이 답답합니다. 겁에 질려 사냥을 그만두고 쓰레기 때문에 싸우는 어른들이 싫습니다. 그래서 아리에게 참새를 잡아 주겠다며 큰소리치지만 사실 한 번도 참새를 잡아 본 적은 없지요. 아리에게 이런 자신을 고백하며 노아는 의기소침해집니다. “그래도 노아, 넌 참 멋진 고양이야. 저기 먼 곳까지 가 봤잖아.” 아리가 위로하자 다시 밝아진 노아가 아리에게 함께 공원에 가자고 제안합니다.

지붕들을 뛰어넘어 공원으로 가면서 아리는 가슴 가득 시원한 생기를 느낍니다. 그리고 처음 간 공원에서 아리의 사냥 본능이 발동합니다. 드디어 첫 사냥에 성공하는 아리! 사람을 두려워하면서도 동시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아리는 사냥으로 자존감을 회복하자 무작정 사람을 피해 다니는 삶에 의문을 품게 됩니다.

다음 날 아리는 분식집으로 남은 음식을 얻어먹으러 가는 식구들과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합니다. 그 길은 사람과 길 고양이가 함께 따스한 햇볕을 쬐는 한낮의 공원, 공존의 가능성을 품은 서울로 향하는 길이었습니다.


●길 고양이로 은유한 노숙인의 삶

공원에 도착한 아리와 노아는 노숙인들과 마주칩니다. “봐, 우리처럼 집 없는 사람들만 남아 있어.” 노아의 말에서 화려한 도시 속 어두운 곳에 숨어 사는 길 고양이와 노숙인의 모습이 겹쳐집니다.

《서울》은 길 고양이와 사람의 경계에 대한 그림책이면서 동시에 사람 사이의 경계, 계급 문제를 고민한 그림책이기도 합니다. 아리가 사냥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넓은 서울로 나간 것은 《서울》이 계급이라는 경계를 비판 의식이 아닌 자신을 긍정하는 힘으로 넘어서는 책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내일은 대장과 고모에게도 같이 오자고 이야기해야겠어요. 물론 새끼 고양이도요. 모두 함께 사는 서울은 정말 넓은 집입니다.” 자신을 긍정하는 아리의 마지막 말에서 공존의 가능성을 품은 서울의 모습이 펼쳐집니다.


●대담한 구도와 강렬한 하이라이트로 완성한 서울의 밤

《꼭꼭 숨어라》, 《비닐봉지풀》에서 자유로우면서도 힘 있는 그림을 선보인 작가 오승민은 신작 《서울》을 어둠에서 빛으로, 좁은 뒷골목에서 열린 도시로 확장되는 생동감 넘치는 그림책으로 완성했습니다.

책의 전반부에는 도시의 화려한 야경과 뒷골목 어둠의 경계를 강렬한 하이라이트로 표현해 길 고양이와 사람의 세계가 선명하게 나누어진 현실을 보여 줍니다.
아리와 노아의 성장기가 본격화하는 책의 중반부터는 화면을 가득 채우는 아름다운 달빛과 달을 향해 도약하는 노아, 벼락처럼 순식간에 튀어나온 야생을 표현한 아리의 첫 사냥, 도시의 지붕들을 뛰어 넘는 아리와 노아의 자유로운 모습 들을 변화무쌍하고 대담한 구도로 포착했습니다.
또한 경계를 넘어 서울이 확장되는 후반부는 한낮의 서울로 환하고 넓게 묘사합니다.

아리가 뒷골목에서 그윽이 돌아보는 표지 그림 역시 인상적입니다. 《서울》이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강한 힘과 감수성 풍부한 사춘기 소녀 같은 고양이의 여린 모습이 묘하게 어우러져 독자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합니다.
멀리 서울을 앞두고 문득 돌아서서 독자들과 눈을 맞춘 아리는 앞면지의 차가운 빌딩 숲을 지나, 자기 정체성을 깨닫는 열여섯 장면의 성장기를 거칩니다. 그리고 뒷면지에 이르러 노아와 함께 새끼 고양이를 낳고 서울이라는 넓고 큰 집에서 살아갑니다.
“아가야, 엄마의 첫 사냥 이야기를 해 줄게.” 새끼 고양이를 바라보는 아리의 모습에서 모두 함께 살아가는 서울을 이야기해 주는 아리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문학

뻐꾸기 엄마

이형진
[느림보]

-엄마 새 둥지 안에 들어온 낯선 알 하나

엄마 새는 하루 종일 둥지를 지킵니다. 여우와 뱀이 작고 예쁜 알 세 개를 노리고 있어서 배가 고파도 먹이를 찾으러 가지 못하지요. 해질 무렵에야 급히 먹이를 찾으러 갑니다.
그런데 돌아와 보니 둥지 안에 커다란 알 하나가 놓여 있습니다. 엄마 새는 누군가 버린 그 커다란 알도 함께 품어 줍니다. 천둥번개가 요란한 밤, 엄마 새는 알들이 상할까봐 꼭 끌어안고 밤을 지새웁니다.
다음 날 엄마 새가 먹이를 먹고 돌아오니 커다란 알에서 아기 새가 깨어나 있습니다. 하지만 작고 예쁜 알은 하나 밖에 남지 않았어요. 다른 알들은 어디로 간 걸까요? 엄마 새는 풀숲에서 깨진 알들을 발견하고 슬피 웁니다. 다시는 여우와 뱀이 잡아먹지 못하게 남은 새끼들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다짐하면서요.
그러다 엄마 새가 다시 둥지 위로 날아오른 순간, 아직 눈도 못 뜬 아기 새가 둥지에 남은 알 하나를 등으로 밀어내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알들을 깨뜨린 건 여우도, 뱀도 아니었어요! 불쌍해서 품어 준 커다란 알 하나가 작고 예쁜 알들을 모조리 없애 버린 거였습니다. “뱀아, 여우야, 저 녀석은 왜 물어가지도 않니!” 엄마 새는 차마 아기 새 가까이 가지 못합니다. “아니야, 내가 힘껏 밀어 버릴 거야! 나도 밀어서 떨어뜨릴 거야!” 엄마 새는 날카로운 부리를 치켜세우고 한 걸음 한 걸음 아기 새에게 다가갑니다.
엄마 새가 정말 아기 새를 둥지 밖으로 밀어 버릴 수 있을까요?


-엄마 새가 <뻐꾸기 엄마>로 살게 되기까지

뻐꾸기는 다른 새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습니다. 뻐꾸기 새끼는 남의 둥지에서 깨어나자마자 다른 알들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고 혼자 살아남습니다. 그것을 모르는 어미 새는 하나 남은 새끼인 어린 뻐꾸기를 성장할 때까지 정성껏 돌봅니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뻐꾸기의 생태는 살기 위해 속이고 속는 잔인한 삶입니다. 하지만 뻐꾸기에게 이런 삶은 자연스러운 본능입니다. 인간의 심성 중에도 선악을 구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자연을 닮은 포용력이 있습니다. 바로 모성입니다. 《뻐꾸기 엄마》는 뻐꾸기의 생태를 모티브로 했지만, 생태를 그대로 담지 않고 뻐꾸기 새끼를 자식으로 받아들이는 어미 새의 모성을 주제로 픽션화했습니다.
엄마 새는 뻐꾸기 새끼가 자신의 알을 깨뜨린 것을 알고, 슬픔과 분노를 느끼며 복수를 다짐하지만 밥 달라며 품으로 파고드는 천진한 뻐꾸기 새끼를 차마 해치지 못합니다. 엄마 새가 눈물을 흘리며 뻐꾸기 새끼에게 다가가는 장면은 가치 판단을 뛰어넘어, 생명을 감싸 안는 모성의 힘을 보여줍니다. “모르고 한 짓이지? 모르고? 그렇지?” 뻐꾸기 새끼를 무한한 연민으로 포용하는 어미 새의 상징적인 대사도 서늘한 감동을 줍니다.


-감꼭지와 나뭇가지로 형상화한 엄마 새의 마음

《뻐꾸기 엄마》는 최고의 재능을 가진 중견작가로 손꼽히는 이형진의 신작입니다. 매번 새로운 시각과 스타일로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는 이형진은 신작 《뻐꾸기 엄마》에서도 자연물을 콜라주하는 독특한 스타일로 탄성을 자아냅니다. 나뭇가지로 형상화한 엄마 새의 모습과 감꼭지로 형상화한 엄마 새의 눈은 슬픔과 분노, 연민을 오가는 미묘한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형진은 돌멩이와 풀, 나뭇가지와 감꼭지 등 오로지 자연물만을 콜라주한 기법으로 《뻐꾸기 엄마》를 스타일리쉬한 그림책으로 완성했을 뿐만 아니라, ‘자연으로서의 모성’이라는 작품의 주제를 극대화했습니다.
《뻐꾸기 엄마》는 가슴 아린 감동과 함께 절정에 이른 작가 이형진이 능숙한 솜씨로 빚어낸 우아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수작입니다.

인문/사회

왕의 복식


[꼬레알리즘]

\"수 많은 컬러사진과 완벽한 영어해설을 갖춘 최고급 양장본\"
\"우리나라에서‘왕의 복식’전반을 다루는 유일한 책\"
\"문화부장관이 발간사를 직접 쓴 우수 학술도서\"
\"도올 김용옥의 추천사\"
왕의 복식을 통해 전통과 문화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뜻 깊은 저작입니다. 이 책은 우리 문화의 정통성과 위상을 제고하고 문화 원형의 발굴과 우리문화의 고품격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의 소산입니다.




< 책 소개 >



옷은 각 시대의 시대정신과 기술 그리고 미의식을 포괄하는 것으로, 특히 왕의 복식은 당시 최고의 기술과 문화의 집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왕의 복식을 통해 당대의 정치와 사상을, 생활과 문화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복식을 통해 왕과 조선이라는 시대와 그들의 삶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전통복식분야 제1호 박사인 유희경과 한복디자이너 김혜순의 공동저작으로 발간되어 관련 학문과 기술의 정점을 보여주고 있으며, 오랜 기간 동안 유물과 고전을 비롯한 국내외의 관련 사료들을 연구한 결과를 집대성하여 왕의 복식을 재조명하고 아울러 우리 전통 복식 전반을 통찰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복(면복), 조복, 상복, 융복, 구군복, 평상복에 이르기까지 왕의 복식 전체를 다루고 있으며, 유물의 복원은 물론 문헌과 전문가의 고증을 통해 이제는 남아있지 않은 왕의 옷까지도 재현하여, 총 300여 점에 이르는 사진과 이미지를 수록하고 이에 대한 각각의 설명을 상세하게 수록하였습니다. 또한 해당 내용을 영어로 번역 수록하는 등 한국 전통복식을 체계적으로 다루어낸 수작이라 할 것입니다.



21세기 한국이라는 시공간 속에서 왕과 왕의 복식이 어떤 가치와 의미가 있는가라는 문제 제기로 부터 출발한 이 책은, 왕의 복식이 가지는 깊은 의미를 드러내고 이로 부터의 미적 가치와 그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나타내어 소중한 우리문화를 더욱 소중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인문/사회

필로아키텍처

박영욱
[향연]

■ 현대건축에 나타난 공간론과 건축가들의 담론에 대한 비판적 성찰

현대건축은 근대건축을 계승하여 현대에 형성된 건축으로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건축을 가리킨다. 현대건축은 지금까지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해체주의 등 여러 경향으로, 또 디지털 기술과 생명공학의 발달 등의 영향을 받으며 급변해 왔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현대건축은 진정한 인간의 삶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열망을 담은 많은 문제 제기와 건축적인 시도들이 있었다.
『필로아키텍처―현대건축과 공간 그리고 철학적 담론』은 현대건축과 공간론을 철학적 담론의 차원에서 다루고 있는 책이다. 다시 말해서 “전문적인 건축적 기술이나 지식보다 현대건축에 나타난 공간론이나 건축가들의 담론을 중심으로 그들의 건축적 입지를 고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책은 우선 현대건축을 다루기에 앞서서 근대건축에 나타난 공간론에 대한 비판으로 출발하고 있다. 근대건축의 공간론적 특징을 시각중심주의로 규정하고, 그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하였다. 이어서 근대건축과 공간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현대건축의 노력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대표적인 현상학자인 메를로퐁티의 공간론과 이에 바탕을 둔 스티븐 홀의 건축 작업은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하나의 노력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해체주의를 주도하였던 베르나르 추미의 건축과 사라짐의 미학을 추구한 장 누벨의 건축에 전제된 공간론의 철학적 의미와 그 한계에 대한 지적을 통해서 현대건축의 문제가 지닌 단면을 보이고자 하였다. 나아가 최근 등장한 디지털 건축의 특징을 디지털 매체에 초점을 두고 ‘다이어그램’의 용어에 주목하여 분석함으로써 현대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보고 있다.
그동안 사회철학적 관심을 문화와 예술, 매체 등 다방면으로 넓혀 부지런히 연구해 온 저자 박영욱은 풍부한 지식과 뛰어난 논리 전개로 현대건축에 대한 본격적인 철학적 검토라는 선구적인 성과를 훌륭히 이루어내고 있다.
이 책은 오늘날 무성한 담론을 쏟아내고 있는 현대건축에 대한 철학적 비판 작업을 한층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 책은 건축적 이상을 고민하는 건축 전공자는 물론이고 현대 문명과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즐거운 자극이 되리라 여겨진다.

문화/예술

천재들의 미술 노트

공주형
[향연]

《천재들의 미술 노트》는 이전 시대의 사람들이 보는 방법으로 세상을 보려 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만의 회화 양식으로 그 시대의 정신을 구현하여 미술의 역사를 바꾼 열 명의 화가, 즉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카라바조, 렘브란트, 다비드, 고야, 들라크루아, 세잔, 레핀, 반 고흐의 삶과 그림 이야기를 한 편의 영화처럼 매력적인 서사로 긴박감 있게 서술한 책이다.

큐레이터이자 갤러리스트인 저자 공주형은 특유의 거침없는 문장과 소설 같은 극적 구성으로 이 열 명의 화가들이 천재로 불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그는 “미술의 역사에서 천재란 어떤 사람일까”라는 물음을 놓지 않은 채 이 책을 썼다.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해 그는 그들의 인생의 정점과 나락의 순간들을 들여다보았고, 그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그 시선을 지키지 위해 세상과 어떻게 싸웠는지, 그로 인해 어떤 작품들을 완성해냈는지, 그 작품들은 당대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후대에 어떤 식으로 그 가치가 변형되었는지를 끈질기게 파고들었다. 그렇게, 마치 하나의 예술품과 깊이 교감하고 싶다는 듯 다양한 각도에서 온갖 방식으로 그들에게 다가간 저자의 열정과 노력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미술평론가 이주헌이 “예술가의 속내와 투쟁의 면모를 그 누구의 글보다 생생히 전할 것이다”(추천의 말 중에서)라고 확신했듯, 화가의 삶과 시대와 작품을 긴밀하게 연결시켜 하나의 응축된 스토리로 풀어내고 있는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호기심과 고집과 열정으로 가득한 천재들의 매혹적인 삶을 맛보고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불멸의 명작이 탄생하게 된 극적 순간을 만나고 그 작품들을 깊이 있게 읽어낼 수 있는 눈을 획득하게 해줄 것이다.

각 장 끄트머리의 ‘그림 밖 크로키’에는 논란과 불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화가와 작품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인문/사회

문화예술100과사전

정윤수
[숨비소리]

오늘날 우리가 예술이라고 부르는 것에는 옛 사람이 도저히 생각하지 못했던 것도 많다. 거꾸로 옛 사람이 예술이라고 불렀던 것 가운데 일부는 오늘날 과학기술의 영역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예술의 역사, 더 정확히 말해 당대의 생산물 중에서 어떤 것을 예술로 부를 것인가 하는 문제는 항상 철학적·미학적 논쟁의 대상이었다. 정치적 격변에 의해, 예술 전통에 대한 평가에 의해, 당대의 지적 분위기에 의해, 새로운 창작 방식이나 도구의 출현에 의해, 그리고 무엇보다 거시적 차원의 삶이 변화함에 따라 예술 개념은 늘 바뀌어왔다.
그러나 요즘은 형태적으로 무엇을 예술이라고 부를 것인가 같은 질문은 거의 하지 않는다.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스티븐 킹의 인터넷 소설, 이종교배된 복합 설치예술 등이 이미 예술적 깊이와 사회적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에 형태적인 논의는 무의미해졌다. 지금은 ‘그와 같은 방식을 통하여 어떤 발언을 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 중요해졌다.
이에 이 책은 단순히 문화예술의 주요개념이나 인물을 설명하는 식의 구성이 아니라 문화예술이라는 것이 우리 생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말해주려 한다.
또한 이 책은 인터넷 등 정보의 홍수라 불리는 이 시대에 오히려 신뢰할 만한 정보는 부족하다는 것 또한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점이다. 방대한 정보의 폭에 비해 깊이는 일천한, 때로는 부정확하기까지 한 정보세례 속에서 정확한 상식을 쌓을 필요성이 절실한 때가 지금 시대인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일반인에게 그러한 통로를 제공해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존에 출간된 동종의 도서들이 대부분 번역서인 만큼 국내 실정에 부합하지 않는 주제들 일색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국내 필자가 우리사회에 기반한 주제를 모아 훨씬 현실성 있고 유의미하다.

문학

꿈과 환상을 만들어파는 사업가 월트 디즈니 vs 인간가치를 꿈꾸게 하는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박인하
[숨비소리]

◈ 〈VS〉, 책의 세계로 들어서는 맨 처음 문

책을 멀리하는 시대, 특히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새롭고 다양한 정보와 가치들을 접해야 할 청소년은 대학입시라는 삶의 ‘절체절명’의 과제 때문에 학습서나 참고서 이외의 다른 책을 볼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혹 필요한 정보가 있다고 하더라도 책이 아닌 인터넷 검색으로 대체하고 있다.
그 결과 안타깝게도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 세대의 문자 해독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서 깊이 있는 지식의 이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 어려워지고 있다. 때문에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지식의 교량, 정보의 지렛대일 것이다.
〈VS 시리즈〉는 그 자체로 완결성을 지녔지만 궁극의 목적은 이 책에 의해 젊은 독자들이 좀더 깊이 있고 풍부한 ‘책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각 주제에 들어서는 최초의 문이 되고자 한다.
그 문을 통해 인류가 통과한 20세기의 다양한 사건, 역사, 인물, 사상 등의 집에 들어서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VS〉, 두 인물로 이해하는 세상

역사는 언제나 자기를 기록해줄 찬란한 별들을 탄생시켰다. 정치․경제․문학․예술․과학․사회 등 각 방면에 걸쳐 인류의 역사라는 우주에는 늘 찬란한 별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때로 같은 분야에서 다른 길을 걸었으며, 같은 시대에서 다른 목표를 지향했으며, 같은 무기를 들고 다른 표적을 향해 달려갔다.
〈VS 시리즈〉는 바로 그와 같이 흡사 동전의 양면처럼, 뫼비우스의 띠처럼, 암수한몸의 쌍생아처럼 한 시대를 빛낸 찬란한 별들을 재조명하려고 한다. 단순히 비슷한 성향의 두 인물을 ‘맞짱’ 뜨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독특한 관점과 색다른 해석을 통하여 두 인물을 서로 대조하고 평가하려는 것이다. 이 시리즈를 통하여 이 시대의 젊은 독자들이 역사와 인간에 대한 신선한 이해와 보다 나은 삶에 대한 창조적인 접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문학

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

원재훈
[문학동네]

역설적이게도, 죽음은 삶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그것이 순리이듯 우리는 타인의 죽음을 통해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본다. 죽음의 오래된 교훈이다. 『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는 동서고금의 성인(聖人)에서부터 일반인에 이르는 다양한 인물들이 죽음을 맞이한 순간 남긴 말들에 대한 책이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수놓은 그들의 말은 우리 살아 있는 사람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파고든다. 이 책은 그 감동어린 말들의 풍경 속으로 독자를 이끌고 들어간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엔딩 크레딧

책은 각각의 인물과 그들이 남긴 말의 성격에 따라 3부로 나뉘어 있다. 1부에서는 시인, 소설가, 화가, 음악가 등 예술가들의 강렬한 마지막 메시지를 통해 그들의 치열했던 삶의 모습을 밀도 높게 그려낸다. 그들이 남긴 말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자기 표현이면서도 동시에 시공을 초월하는 보편적 울림을 갖는다. 예술가들의 유언은 우리의 몰개성적이고 무기력한 삶을 통째로 뒤흔든다. 록의 신으로 추앙받았던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은 인기의 절정에서 대중을 비웃듯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고 자신의 턱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기억해주기 바란다. 서서히 소멸하는 것보다 한번에 불타버리는 것이 낫다는 것을.” 이 유언은 그대로 시가 되어 그를 불멸의 존재로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시대와 인간 정신의 흐름을 꿰뚫은 디자인으로 패션의 혁명을 일으킨 코코 샤넬의 마지막 말은 의외롭게도 “나는 그리 아름답지 않은 해골을 남길 것 같아요”였다. 이 말은 새로운 미(美) 개념의 탄생을 알린 그녀의 신산스런 삶을 함축한다. 화려한 성공 뒤에 숨은 좌절과 불행, 남모르는 집념과 고뇌의 침전물 같은 유언인 셈이다. 그 밖에도 1만 7천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일기를 남긴 아미엘, 육체와 정신의 극심한 고통을 그림으로 승화해낸 멕시코의 국보급 화가 프리다 칼로, 한국 최고의 서정시인 김소월 등의 남다른 생애를 그들의 마지막 말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2부는 사상가 및 정치가 들의 무게감 있는 전언들로 묶였다. 일찍이 사르트르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인간’이라 일컬었던 혁명가 체 게바라, 대영제국의 발판을 마련한 영국의 해전 영웅 넬슨 제독, 조선 성리학의 태두인 이황과 이이, 선비정신의 표상 매천 황현에 이르는 인물들이 망라되었다. 볼리비아 정부군에 의해 처형되기 직전, 체 게바라는 “나는 지금 혁명의 불멸성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으며, 넬슨 제독은 “신이여, 고맙습니다. 저는 소명을 다했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죽음을 맞았다. 정좌한 채 죽음을 맞이한 퇴계 이황이 제자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매화 화분에 물을 주어라”였다. 인간의 본성과 세계의 본질에 대한 미증유의 통찰이 담긴 그들의 마지막 말을 통해 우리는 자연스레 경건과 겸손의 의미, 살아가는 일의 대의(大義)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3부는 영화배우, 종교인 그리고 일반인들이 남긴 일상적이면서도 감동적인 마지막 말들로 채워져 있다. 병상에 누워 죽음을 앞두고 있던 오드리 헵번은 자신이 애송하던 시로써 유언을 대신했다.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천천히 말을 하세요……” 이 시는 세기의 요정으로 살던 그녀가 어느덧 헐벗은 영혼들의 친구로 살게 된 진솔한 삶을 그대로 드러낸다. 무너진 탄광에서 마흔두 시간을 견디다가 끝끝내 죽어간 광부가 유서로 남긴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별로 고통스럽지 않단다. 그냥 천천히 잠이 드는 것 같아. 사랑한다. 모두에게 다음 세상에서 만나자고 전해주렴.” 영화 <슈퍼맨>의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의 아내 데이너 리브는 또 어떤가. 남편의 투병을 돕다 자신마저 병을 얻어 채 이 년도 안 돼 남편의 뒤를 따른 그녀의 마지막 말은 “결코 포기라는 단어를 몰랐던 한 남자와 결혼했고 행복했다”였다. 사람들은 저세상에서 남편을 다시 만날 그녀를 오히려 축복했다.
시련과 역경을 불굴의 의지로 이겨낸 철인들,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과 헌신의 의미를 몸소 일깨워주고 간 우리의 이웃들, 그들의 삶은 말 그대로 거룩하고도 장한 한 편의 영화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에게 남기고 간 마지막 한마디만큼 아름다운 엔딩 크레딧은 이 세상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볼 수 없을 것이다.

인문/사회

만화가가 말하는 만화가


[도서출판 부키]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깊이 있게 분석한 부키 전문직 리포트 시리즈 아홉 번째 권으로, 17명의 만화가들이 자신의 일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은 오늘의 만화가 생활 보고서.
순정, 학습, 소년, 성인, 생활 만화 등 전통적인 만화 분야는 물론이고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인터넷 만화, 언더그라운드 만화, 시사만화 등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분야의 만화가들이 자신의 일과 생활, 보람과 애환을 시종일관 흥미진진하면서도 진지하게 전한다. 또 스토리 작가, 만화 편집자, 만화 평론가 등도 필자로 참여해 더 넓은 만화가의 세계를 보여 준다.
이 책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만화가라면 누구나 겪는 마감 풍경 일기, 서럽고 서럽다는 문하생 일기, 만화가와 편집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 등 만화가 이면의 속살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또 노동 강도는 어느 정도인지, 보수는 어느 정도인지, 전망은 어떤지 등 만화가란 직업에 대한 궁금증도 속 시원하게 풀어 준다.
이 책은 만화가가 되기를 희망하는 청소년들과 진로 지도에 고심하는 학부모 및 교사, 만화에 관심 있는 일반인에게 실용적․구체적인 현장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만화가 입문서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

인문/사회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메이데이]

일상의 문화에 감춰진 것들, 좌파적 상상력으로 드러내기


‘자유롭고, 불순하고 즐거운’ 좌파의 상상력

‘혁명은 어느 순간 펑하고 터지는 것’이 아니라 “나날이 계속되는 일상 속에 지속되는 삶 속에서 계속되고 있었고, 계속되어야 하는 것”임을, 따라서 “누군가에게 ‘혁명’의 이름으로 희생과 결의를 강요하거나, ‘혁명’을 위해 약자를 억압한다면 그것은 결코 진정한 혁명이 될 수 없음”을 깨달은 필자는 ‘자유롭고, 불순하고 즐거운’ 좌파의 상상력을 통해 일상의 문화에 감추어진 것들을 드러낸다. ‘감춰진 것들’은 일상을 지배하는 자본의 이윤 논리이기도 하고, 정권과 지배세력의 왜곡이기도 하다.
너무도 자연스럽고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져 왔던 것들, 그래서 그 정치적인 의미와 계급적인 관계가 은폐되거나 왜곡되어 왔던 일상의 문화가 ‘좌파의 상상력’을 통해 바닥부터 한 꺼풀씩 벗겨지고 모습을 드러낸다. 더 나은 세상이 가능하다는 좌파의 ‘즐거운 상상력’으로 일상의 문화에 감춰져 왔던 계급 지배의 현실은 바닥부터 전복된다.
왜 필자는 ‘불순한 상상력’으로 ‘일상에 대한 전복’을 꿈꾸는가? 혁명이란 어느 한 순간에 오는 것이 아니라 “오랜 논쟁과 투쟁, 반란의 결과물이고, 하루하루가 바로 그날”이기 때문이다. ‘자유로운 인간들의 연합체’는 진정으로 자유로운 이들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상의 문화가 ‘자본주의의 상품’으로 팔려나가거나 ‘개인적인 반항’에 머물러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좌파의 상상력’이 아닌 ‘좌파의 상상력’이고, 억압되고 무거운 현실 인식이 아닌 ‘즐겁고 자유로운 상상력’이다.

회화 - 한국 미의 재발견 06

이원복
[솔출판사]

지금까지 발간된 우리나라 옛 그림에 대한 개설서로는 이동주의 『한국회화소사』(서문당, 1972) 안휘준의『한국회화사』(일지사, 1980)가 있다. 전자는 우리나라 회화사의 골격과 기틀을 제시한 고전적인 의미를 지니며, 후자는 회화사를 전공자의 객관적이며 논리성을 갖춘 최초의 저술이다. 각기 1982년과 1988년에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그 이후 회화사의 화가별·장르별·회화관 등 박사논문을 위시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고 이들에 대한 단행본은 발행되었으나 이를 망라한 이렇다 할 개설서는 발간되지 않았다. 이원복의 『회화』는 전술한 두 저술에 이은 세번째 한국회화 개설서라 하겠다.

『회화』에서는 고구려 고분벽화나 고려불화 등 고대나 중세의 그림은 다루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서는 본 시리즈 중 고분미술, 불교회화 등 별도로 다루어졌기에 순수 감상화가 주류를 이루는 조선시대 그림만을 대상으로 하였다. 1부는 조선시대 회화사에 대한 개관으로 지금까지 우리 그림의 이해에 있어 걸림돌이 된 잘못된 인식과 선입견을 타파하고, 한자문화권에서 우리 그림의 바른 위상, 감상방법의 기초, 시대 순․장르별로 그동안 이루어진 학계의 연구 성과를 일목요연하고 평이한 문체로 요약하였다. 이에 조선시대 그림의 흐름과 변천과 나아가 우리 그림의 특징 등을 쉽게 살펴볼 수 있다. 2부는 조선시대 회화 명품들의 감상 부분으로 기존 개설서와 달리 도판 전부를 원색으로 담고 있다. 우선 게재 작품의 선정에서부터 저자의 식견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은 그림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고, 작품마다의 여러 차례에 걸친 엄정한 실사實査와 오랜 기간의 감상을 거친 뒤 서술하였으며, 그 내용과 의미․아름다움의 본질 등을 빠트리지 않고 곁들였다.

대상 화가나 작품을 다루는 데 있어서도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대표작이나 기준작을 중심으로 다루었으되, 보다 면밀한 고찰을 중심으로 기존 개설서나 도록에는 나와 있지 않으나 수작으로 판단되는 작품들도 많이 소개하였다. 김명국의 경우 잘 알려진 〈달마〉 대신 최고의 걸작으로 사료되는〈투기鬪碁〉와 〈관폭觀瀑〉 두 대련을 실었으며, 허련의 〈소림모정疏林茅亭〉, 1711년 통신사 수행화원으로 일본을 다녀온 박동보의 〈신림화만新林花滿〉이나, 규장각의궤도감 등에 이름을 남기고 있는 김진여의 〈산수인물〉 등 자료발굴의 의미를 지니는 그림들도 여러 점에 이른다. 또한 우리 회화의 재발견 부분에 등장하는 〈복천오부인 86세진〉은 필자가 새롭게 발굴한 작품으로 당대의 채색기법은 물론 복식사 연구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서양과 달리 동양의 전통사회에서는 본다see는 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읽는다read고 표현합니다. 글과 그림과 작가의 정신이 한데 어우러진 한국화는 그냥 눈으로 훑어보는 것만으로는 결코 충분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옛 사람의 마음으로 돌아가 옛 사람의 눈으로 보고 느껴야 옳습니다. 그림 속에 담긴 풍취와 먹빛으로 우러나온 올곧은 선비정신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역사의 순간들을 읽고 되새김해야 합니다. 선과 색채 너머의 세계에 있는 보이지 않는 멋과 그 시대 삶의 긴요한 가치들을 더불어 만나보아야 합니다. 민족정서와 작가의 영혼이 담긴 고유한 전통예술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이기 때문입니다.-저자의 말 중에서-

인문/사회

모형 속을 걷다-이일훈의 건축이야기

이일훈
[새움]

‘채 나눔’의 건축가 이일훈이 전하는 건축 이야기 또는 삶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모두 누군가가 지은 건축물 안에서 생활하고 살아간다. 애써 자연을 찾아 밖으로 나가지 않는 한 계속 건물에서 건물로 옮겨 다닐 뿐이다. 이렇듯 사람들의 삶과 뗄 수 없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고 그들의 삶의 방식을 설계하는 사람들이 바로 건축가이다. 이일훈도 이런 건축가들 중 한 명이다. 그는 건축의 결론은 사람이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집과 자연과 사람이 소통할 수 있는 집짓기를 널리 행하고 있다. 이 책은 건축가로서의 이일훈이 이사를 계기로 그동안 설계한 작품들을 되돌아보며 써내려간 건축 이야기인 동시에 건축을 통해 만난 사람들의 삶 이야기이다.
20여 년간 건축판에서 일하며 그가 작품에 담아온 설계 방법론은 결국 세 가지로 집약된다. “불편하게 살자, 밖에서 살자, 늘려 살자.” 이 세 가지를 묶어 그는 ‘채 나눔’이라는 고유한 방법론을 펼친다. 풀어서 이야기하면 이런 것이다.

채 나눔의 채는 안채, 바깥채, 사랑채 할 때의 집을 세는 단위인 채를 말한다. 한 덩어리의 집을 여러 채로 나누자는 주장이다. 건축 목적 자체가 큰 공간을 필요로 하는 대형 건물에서 공간을 나누자고 할 수는 없다. 또 대형 공간이 반드시 나쁜 것도 아닐 것이다. 의심해봐야 할 것은 대형화·단일화되지 않아도 좋을 유형의 공간들도 무의식적으로 모두가 닮아간다는 것이다.
되짚어보고자 하는 것은 환경을 고려한 우리 주거 양식은 어떠해야 하는가이다. `채 나눔`을 통해 작을수록 나누자는 주장은 결국 건축적 이야기가 아니라 사는 방식의 제안이다. 사는 방식을 의문하고 제안하는 것이 건축가가 할 일이다.

불편하게 살기
지금 우리가 겪는 모든 문제는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다. 특히 개인의 건강과 질병 문제는 인류가 공유하는 환경의 문제와 상호 연결되어 있는 동시에 우리 스스로 자초한 `편리하게 살기`의 부산물이다. `편리하다/편하다/편안하다`는 활동하는 인간의 당연한 권리이며 생활의 질을 높이는 척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끝 간데없이 무조건 추구하는 편함이야말로 나태와 권태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오늘날 겪는 환경오염의 원인은 모두 다 편리한 생활의 후유증이다. 세제의 남용, 매연·폐수의 배출, 토지의 오염, 일회용품 폐기물의 증가 등은 `좀더 편하게`를 열망한 인간의 게으름이 나은 졸작이다.
건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기능을 한군데 모아놓은 대형 건물은 편리한 동시에 예측 못할 사고나 재난 앞에 위험하다. 말하자면 `위험을 감수하는 편리`를 누리는 셈이다. 요즈음 집의 구조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모든 기능을 한꺼번에 집중시킨 가옥 구조는 집약되어 편리한 동시에 채광·통풍이 되지 않아 쾌적하지 않다. 특히 일 년 내내 햇빛이 들지 않는 영구음영의 방에서 생활하면서 아무리 웰빙이니 친환경 소재니 외쳐봤자 눈가리고 아옹하는 식이다. 운동하지 않고 건강식 먹으면 결국 비만해지는 것과 같다.

밖에 살기
상자형 모양의 비슷비슷한 건축물이 세계 어느 지방이나 도시를 가릴 것 없이 퍼져 있다. 유리로 막힌 내부 공간은 기계적 장치로 온도·공기·습도·조도가 모두 조절된다. 쾌적한 공간에서 쾌적한 생활을 세계 어느 곳에서나 가능하게 하자. 기계 장치로 그 모든 것은 가능하다. 그것이 근대 건축의 이념이다.
넓은 실내 공간은 밤처럼 낮에도 형광등을 켜야 하고, 넓게 뚫린 유리창은 고정되어 외부와 차단된 채 자연을 잊게 만든다. 그것을 더 잘게 나누어 방들은 미로처럼 획일화된다.
흔히 건축을 유기체라고 말한다. 그 유기적 표현은 공간 구성과 효용의 유기성을 전제할 때 성립하는 것인데 내부 공간의 치열함만 추구하는 건축에서는 유기적 사유와 기능을 발견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해법은 자명하다. 기술/개념/주장을 지금 그대로 다 인정하여 활용하고 구사하면서 외부 공간과 내부 공간의 공존을 도모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안에서만 살기가 아니라 밖에서도 살기를 추구하는 것이다.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의 사이사이에 반내부 공간/반외부 공간이 섞여 있는 유기적 건축, 유기적 공간. 나아가서 유기적인 생활의 그릇이 바로 그런 것 아닌가. 바깥 지향적 사고는 자연으로 한 발 더 가까이 가는 것이 분명하다.

늘려 살기
느리게 살기가 아니라 늘려 살기이다. 짧은 동선이 합리적이라는 것 또한 근대 건축 이념 중 하나이다. 동선은 짧을수록 좋다라고 말하는데 짧아야 좋은 것도 있지만 길어서 좋은 것도 있다. `짧을수록 좋다` 속에는 무차별의 획일성과 무모함이 묻어난다. 교통·통신 수단의 발달은 장소, 즉 공간의 연결에 있어 시차를 없애고 있다. `1일 생활권`이라는 표현은 `동시 소통권`이라는 현실 앞에 무색해진다. 온라인상의 소통은 동시다발적이지만 우리의 생활은―`특히 의식주`―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디지털 방식의 생산과 소통이 일반화될수록 몸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은 더욱 더 커질 것이다. 디지털은 아날로그를 위해 쓰이고 성립한다. 그럴수록 사람이 직접 움직이는 동선은 길어져야 한다. 일터의 휴식 동선과 거주하는 공간의 이동 거리를 될 수 있으면 길게 만들고 많은 움직임을 유도하는 공간 구성이 늘려 살기의 핵심이다. 늘려진 길이는 공간/작법의 문제이고 느리게·빠르게 이동하는 것은 시간/선택의 문제이다. 무조건 짧은 동선(공간과 시간)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건축 공간은 사용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저렇게 선택의 폭을 넓혀놓아야 한다. 천천히, 느리게, 빠르게 움직이는 가능성을 열기 위해서는 가능한 대로 공간을 길게 늘려놓아야 한다. 공간의 주인은 사람이므로. 무조건 `빠르게, 짧게`가 요구되는 것은 로봇에게나 강요될 일이다. 늘려지거나 늘어난 공간 속에서 소요하는 시간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빨리 끝내고 멈추는 짧은 동선보다 더 소중하다. 나는 천천히 걷기를 권유한다, 건축의 이름으로.

편하고 효율적인 것만 추구하는 요즘, 시대의 흐름에 반하는 그의 건축론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의 주장은 결국 인공적인 환경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자연과 만날 기회를 주고 하나하나의 일상생활 가운데 생각의 틈을 주기 위함이다. 실내에 있더라도 외부의 공기와 자연을 충분히 접하고, 생활하는 공간과 유기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만들어준다.

건축은 결국 삶이다. 때문에 우리가 건축가 이일훈에게 들어야 하는 것은 우리들의 삶 이야기이다. 물리적 공간을 넘어선 삶의 방식을 설계하는 이일훈의 건축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의 의미를, 삶 자체를 되새기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문화/예술

모형 속을 걷다-이일훈의 건축이야기

이일훈
[솔출판사]

‘채 나눔’의 건축가 이일훈이 전하는 건축 이야기 또는 삶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모두 누군가가 지은 건축물 안에서 생활하고 살아간다. 애써 자연을 찾아 밖으로 나가지 않는 한 계속 건물에서 건물로 옮겨 다닐 뿐이다. 이렇듯 사람들의 삶과 뗄 수 없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고 그들의 삶의 방식을 설계하는 사람들이 바로 건축가이다. 이일훈도 이런 건축가들 중 한 명이다. 그는 건축의 결론은 사람이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집과 자연과 사람이 소통할 수 있는 집짓기를 널리 행하고 있다. 이 책은 건축가로서의 이일훈이 이사를 계기로 그동안 설계한 작품들을 되돌아보며 써내려간 건축 이야기인 동시에 건축을 통해 만난 사람들의 삶 이야기이다.
20여 년간 건축판에서 일하며 그가 작품에 담아온 설계 방법론은 결국 세 가지로 집약된다. “불편하게 살자, 밖에서 살자, 늘려 살자.” 이 세 가지를 묶어 그는 ‘채 나눔’이라는 고유한 방법론을 펼친다. 풀어서 이야기하면 이런 것이다.

채 나눔의 채는 안채, 바깥채, 사랑채 할 때의 집을 세는 단위인 채를 말한다. 한 덩어리의 집을 여러 채로 나누자는 주장이다. 건축 목적 자체가 큰 공간을 필요로 하는 대형 건물에서 공간을 나누자고 할 수는 없다. 또 대형 공간이 반드시 나쁜 것도 아닐 것이다. 의심해봐야 할 것은 대형화·단일화되지 않아도 좋을 유형의 공간들도 무의식적으로 모두가 닮아간다는 것이다.
되짚어보고자 하는 것은 환경을 고려한 우리 주거 양식은 어떠해야 하는가이다. `채 나눔`을 통해 작을수록 나누자는 주장은 결국 건축적 이야기가 아니라 사는 방식의 제안이다. 사는 방식을 의문하고 제안하는 것이 건축가가 할 일이다.

불편하게 살기
지금 우리가 겪는 모든 문제는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다. 특히 개인의 건강과 질병 문제는 인류가 공유하는 환경의 문제와 상호 연결되어 있는 동시에 우리 스스로 자초한 `편리하게 살기`의 부산물이다. `편리하다/편하다/편안하다`는 활동하는 인간의 당연한 권리이며 생활의 질을 높이는 척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끝 간데없이 무조건 추구하는 편함이야말로 나태와 권태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오늘날 겪는 환경오염의 원인은 모두 다 편리한 생활의 후유증이다. 세제의 남용, 매연·폐수의 배출, 토지의 오염, 일회용품 폐기물의 증가 등은 `좀더 편하게`를 열망한 인간의 게으름이 나은 졸작이다.
건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기능을 한군데 모아놓은 대형 건물은 편리한 동시에 예측 못할 사고나 재난 앞에 위험하다. 말하자면 `위험을 감수하는 편리`를 누리는 셈이다. 요즈음 집의 구조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모든 기능을 한꺼번에 집중시킨 가옥 구조는 집약되어 편리한 동시에 채광·통풍이 되지 않아 쾌적하지 않다. 특히 일 년 내내 햇빛이 들지 않는 영구음영의 방에서 생활하면서 아무리 웰빙이니 친환경 소재니 외쳐봤자 눈가리고 아옹하는 식이다. 운동하지 않고 건강식 먹으면 결국 비만해지는 것과 같다.

밖에 살기
상자형 모양의 비슷비슷한 건축물이 세계 어느 지방이나 도시를 가릴 것 없이 퍼져 있다. 유리로 막힌 내부 공간은 기계적 장치로 온도·공기·습도·조도가 모두 조절된다. 쾌적한 공간에서 쾌적한 생활을 세계 어느 곳에서나 가능하게 하자. 기계 장치로 그 모든 것은 가능하다. 그것이 근대 건축의 이념이다.
넓은 실내 공간은 밤처럼 낮에도 형광등을 켜야 하고, 넓게 뚫린 유리창은 고정되어 외부와 차단된 채 자연을 잊게 만든다. 그것을 더 잘게 나누어 방들은 미로처럼 획일화된다.
흔히 건축을 유기체라고 말한다. 그 유기적 표현은 공간 구성과 효용의 유기성을 전제할 때 성립하는 것인데 내부 공간의 치열함만 추구하는 건축에서는 유기적 사유와 기능을 발견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해법은 자명하다. 기술/개념/주장을 지금 그대로 다 인정하여 활용하고 구사하면서 외부 공간과 내부 공간의 공존을 도모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안에서만 살기가 아니라 밖에서도 살기를 추구하는 것이다.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의 사이사이에 반내부 공간/반외부 공간이 섞여 있는 유기적 건축, 유기적 공간. 나아가서 유기적인 생활의 그릇이 바로 그런 것 아닌가. 바깥 지향적 사고는 자연으로 한 발 더 가까이 가는 것이 분명하다.

늘려 살기
느리게 살기가 아니라 늘려 살기이다. 짧은 동선이 합리적이라는 것 또한 근대 건축 이념 중 하나이다. 동선은 짧을수록 좋다라고 말하는데 짧아야 좋은 것도 있지만 길어서 좋은 것도 있다. `짧을수록 좋다` 속에는 무차별의 획일성과 무모함이 묻어난다. 교통·통신 수단의 발달은 장소, 즉 공간의 연결에 있어 시차를 없애고 있다. `1일 생활권`이라는 표현은 `동시 소통권`이라는 현실 앞에 무색해진다. 온라인상의 소통은 동시다발적이지만 우리의 생활은―`특히 의식주`―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디지털 방식의 생산과 소통이 일반화될수록 몸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은 더욱 더 커질 것이다. 디지털은 아날로그를 위해 쓰이고 성립한다. 그럴수록 사람이 직접 움직이는 동선은 길어져야 한다. 일터의 휴식 동선과 거주하는 공간의 이동 거리를 될 수 있으면 길게 만들고 많은 움직임을 유도하는 공간 구성이 늘려 살기의 핵심이다. 늘려진 길이는 공간/작법의 문제이고 느리게·빠르게 이동하는 것은 시간/선택의 문제이다. 무조건 짧은 동선(공간과 시간)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건축 공간은 사용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저렇게 선택의 폭을 넓혀놓아야 한다. 천천히, 느리게, 빠르게 움직이는 가능성을 열기 위해서는 가능한 대로 공간을 길게 늘려놓아야 한다. 공간의 주인은 사람이므로. 무조건 `빠르게, 짧게`가 요구되는 것은 로봇에게나 강요될 일이다. 늘려지거나 늘어난 공간 속에서 소요하는 시간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빨리 끝내고 멈추는 짧은 동선보다 더 소중하다. 나는 천천히 걷기를 권유한다, 건축의 이름으로.

편하고 효율적인 것만 추구하는 요즘, 시대의 흐름에 반하는 그의 건축론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의 주장은 결국 인공적인 환경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자연과 만날 기회를 주고 하나하나의 일상생활 가운데 생각의 틈을 주기 위함이다. 실내에 있더라도 외부의 공기와 자연을 충분히 접하고, 생활하는 공간과 유기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여지를 많이 만들어준다.

건축은 결국 삶이다. 때문에 우리가 건축가 이일훈에게 들어야 하는 것은 우리들의 삶 이야기이다. 물리적 공간을 넘어선 삶의 방식을 설계하는 이일훈의 건축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의 의미를, 삶 자체를 되새기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문화/예술

청소년을 위한 명화 감상의 길잡이

오카베 마사유키
[도서출판 이른아침]

척 보고 바로 아는 명화의 세계
이 책은 르네상스의 개척자 조토에서 팝아트의 총아 앤디 워홀에 이르기까지 화가별로 살펴본 서양 명화 감상 가이드북이다. 풍부한 개성과 넘치는 재능으로 위대한 명작을 남긴 53명 거장들의 릴레이를 통해 서양미술사를 훑어보고, 그 큰 틀 속에서 오늘날에도 사랑받고 있는 명화들을 이해하고 느끼고 사랑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서양미술 관련 책들은 서양미술사에 대한 교양을 쌓고자 하는 청소년이나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초보자들에게는 지나치게 불친절하거나 지나치게 상세했다. 무겁고 두툼한 책은 이름부터 낯선 화가들, 개념이 잡히지 않는 미술 기법과 용어들, 애매모호하고 어려운 해설이 그저 나열되어 흥미있게 읽을 수 없었다. 반대로, 최근 유행처럼 많이 출간되고 있는 미술 에세이류의 책들은 재미있기는 하지만, 한 화가만을 다루거나 몇몇 화가에만 집중되어 전체적인 흐름을 짚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은 각 시대와 미술사조별로 두드러진 작품과 기법을 남긴 중요한 화가들을 선별하여, 간단하고 명쾌한 기준으로 그들의 개성과 특징을 살펴보고, 대표적인 명화의 핵심을 짚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또 시대와 미술사조의 변화 속에서 그 화가들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간략한 도표를 통해 살펴봄으로써, 서양미술사 전체를 꿰뚫어볼 수 있도록 하였다. 말하자면 서양미술사의 바다 곳곳에 숨어 있는 위대한 명화들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재미있고 독특한 이야기들을 읽어내는 하나의 열쇠를 제공하는 것이다.
각각의 화가나 개별 미술사조에 대한 지식을 하나하나 엮어 거대한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까지는 그저 지식으로만 알고 있던 명화 속 이야기들이 좀더 구체적으로, 좀더 현실적으로 읽히기 시작할 것이다.

문화/예술

연대기로 보는 세계 만화의 역사

클로드 몰리테르니,필리프 멜로
[도서출판 다섯수레]

<작품과 토픽으로 읽는 세계 만화 100년의 파노라마>

세계 만화를 제대로 즐기려면 숲 전체를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최선인 것은 축적된 역사와 흐름을 개략부터 제대로 이해하는 일이다. 이것은 문학‧미술‧연극‧영화‧사진‧디자인‧건축‧무용 등 모든 예술 장르에 공통된 인식의 방식이다. 대부분의 예술 장르들은 일반 애호가와 학생을 위해 또는 전문 연구자를 위해 수많은 개설서와 역사서, 입문 안내서를 내놓았다. 이에 비하면 만화는 이러한 책들의 출판이 부진하고, 특히 서양 만화의 안내서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 같은 형편으로 볼 때 만화 애호가들의 안내자로서, 교양의 필독서로서 그리고 학교 교육이나 출판기획에도 도움이 되는 책으로서 이 책의 출간은 매우 반가울 따름이다. 필자가 이 책의 출간을 특히 반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 만화 탄생 1백주년을 기념해서 나온 이 책은 연대기식 배열과 백과사전식 편집이 어우러져 만화사의 주요 작가와 작품, 사건 또는 그 밖의 여러 토픽들에 대해 명료하고도 충실한 길잡이를 하는 데 손색이 없다. 그리고 책 읽는 맛도 쏠쏠하다.
― 성완경 교수의 ‘추천과 감수의 말’ 중에서